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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

무도회 예절과 춤

글 atelier Daham · 작성 · 수정

로판의 무도회 장면은 18–19세기 유럽 상류 사회의 무도회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 무도회에는 손님을 맞는 순서, 정해진 춤의 차례, 춤 신청과 거절의 예절이 있었고, 아가씨들은 손목에 '댄스 카드'를 걸고 그날 밤 누구와 몇 번째 춤을 출지 적어 두었다. 이 규칙들을 알면 로판에서 첫 춤, 두 번째 춤, 거절당한 춤이 왜 그렇게 큰 사건인지 보인다.

무도회의 순서

19세기 영국과 유럽의 큰 무도회는 대개 밤 열 시 무렵에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졌다. 흐름은 비슷했다.

순서무슨 일이 있었나
도착과 영접안주인이 계단 위나 무도회장 입구에서 손님을 한 사람씩 맞았다. 하인이 손님의 이름과 작위를 소리 내어 알리기도 했다
첫 춤그 집 사람이나 가장 지위 높은 손님이 먼저 춤을 열었다
춤의 연속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여러 종류의 춤이 번갈아 이어졌다. 춤과 춤 사이에는 짧은 쉼이 있었다
야식자정 무렵 차려진 식사. 야식 직전의 춤을 함께 춘 상대가 아가씨를 식당까지 에스코트하는 것이 관례였다
후반부나이 든 손님들이 먼저 떠나고, 젊은 사람들은 더 빠른 춤으로 밤을 이어 갔다

무도회장 벽을 따라서는 의자가 놓였고, 그곳에 어머니와 샤프롱들이 앉아 딸들을 지켜보았다. 춤 신청을 받지 못해 그 의자 옆에 서 있는 아가씨를 영어로 '벽의 꽃(wallflower)'이라 불렀다. 로판에서 주인공이 무도회장 벽에 기대어 사람들을 관찰하는 장면은 이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엑스트라에 빙의한 주인공에게는 가장 편한 자리이기도 하다.

시대별 춤

춤유행한 때특징
미뉴에트17–18세기프랑스 궁정에서 발달한 느리고 격식 있는 춤. 한 쌍씩 나와 정해진 걸음을 밟았고, 지위 순서대로 추는 경우가 많았다
컨트리댄스17–19세기 초남녀가 두 줄로 마주 서서 여러 쌍이 함께 추는 춤. 줄을 따라 내려가며 상대를 바꿔 가므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대화할 틈이 있었다
카드리유19세기 초부터네 쌍이 사각형으로 서서 여러 마디의 정해진 동작을 차례로 추는 춤. 1810년대 무렵 프랑스에서 영국 사교계로 들어와 크게 유행했다
왈츠19세기 초부터3박자에 맞춰 한 쌍이 마주 안고 도는 춤. 처음에는 남녀가 너무 가까이 붙는다며 점잖지 못한 춤으로 여겨졌다
폴카1840년대보헤미아에서 온 빠르고 경쾌한 2박자 춤. 유럽 전역에서 갑자기 큰 유행이 일었다
마주르카19세기폴란드 민속춤에서 온 3박자 춤. 발을 구르는 동작이 있어 활기차다

왈츠가 사교계에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 전까지의 춤은 대부분 손끝만 잡거나 여러 쌍이 함께 움직였는데, 왈츠는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둘만 빙글빙글 돌았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이 춤을 두고 풍속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상류층 무도회의 중심이 되었다. 빈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같은 작곡가들이 왈츠 음악을 쏟아 내며 19세기 후반 왈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로판의 무도회가 거의 늘 왈츠로 그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둘이 마주 안고 도는 춤이라서, 대화와 눈빛과 손의 온도까지 로맨스 장면에 필요한 것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여러 쌍이 함께 추는 카드리유에서는 대화가 자꾸 끊기지만, 왈츠에서는 한 곡 내내 둘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댄스 카드

댄스 카드는 그날 밤 출 춤의 목록이 적힌 작은 수첩이나 카드로, 19세기 무도회에서 널리 쓰였다. 끈이 달려 있어 손목에 걸 수 있었고, 작은 연필이 함께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가 춤을 신청하면 아가씨는 카드의 빈칸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카드는 일종의 예약 장부였고, 무도회가 끝난 뒤에는 기념품으로 간직되기도 했다.

순서춤상대
1카드리유(오빠의 친구)
2왈츠(비어 있음)
3폴카(이웃 영지의 영식)
4왈츠, 야식 전(비어 있음)

위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예시다. 이런 카드를 보면 로판 무도회의 긴장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다. 야식 전 춤처럼 의미가 큰 칸을 누구에게 내주는지, 아직 비워 둔 칸이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지가 모두 눈에 보인다.

춤 신청과 예절

로판에서 "그 사람과 세 번 춤을 췄다"는 소문 하나로 약혼설이 도는 장면, 주인공이 남주의 신청을 거절한 뒤 그날 밤 내내 춤을 추지 못하는 장면은 이 예절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왈츠는 정말 금지된 춤이었나?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남녀가 몸을 붙이고 도는 모습이 점잖지 못하다는 비판이 컸고, 보수적인 집안에서는 딸에게 왈츠를 추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로판 무도회의 첫 춤은 왜 중요한가?

첫 춤은 그날 무도회의 얼굴이다. 누가 누구와 첫 춤을 열었는지는 모두가 보고 기억한다. 실제 무도회에서도 첫 춤은 지위 높은 사람이 열었고, 로판은 여기에 "첫 춤 상대가 곧 마음의 상대"라는 의미를 더했다.

로판 배경에 왈츠가 나오면 고증이 틀린 것인가?

로판의 제국은 실제 역사의 한 시대를 그대로 옮긴 곳이 아니다. 18세기풍 궁정과 19세기풍 무도회, 그보다 앞선 기사 제도가 한 세계에 섞여 있다. 그래서 왈츠가 나와도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작품 안에서 춤의 종류와 예절이 일관되면 세계가 훨씬 단단해 보인다. 왈츠를 처음 보는 노귀족이 혀를 차는 장면 하나만 넣어도, 그 세계에 새 유행이 막 들어왔다는 시간감이 생긴다.

댄스 카드는 언제까지 쓰였나?

19세기에 가장 널리 쓰였고, 20세기 초까지 격식 있는 무도회에서 볼 수 있었다. 무도회 형식이 바뀌면서 차츰 사라졌다.

무도회에서 여자가 먼저 춤을 신청할 수 있었나?

보통은 남자가 신청했다. 안주인이 춤 상대가 없는 아가씨에게 남자 손님을 소개해 주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로판에서 여주인공이 먼저 손을 내미는 장면이 파격으로 그려지는 이유다.

무도회를 연 집의 일

무도회를 여는 것은 집안의 큰 사업이었다. 안주인은 몇 주 전부터 초대장을 보냈고, 손님 명단은 그 집의 사교적 위치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누구를 부르고 누구를 빼느냐에 따라 다른 집안과의 관계가 바뀌었다. 악단을 부르고, 무도회장 바닥을 손질하고, 꽃과 촛불로 방을 꾸미고, 자정에 낼 야식을 준비하는 데 큰돈이 들었다. 수백 개의 촛불이 밝힌 방은 금세 더워져서, 창을 열고 정원으로 이어지는 문을 터 두기도 했다.

로판에서 정원과 테라스가 비밀 대화의 장소로 자주 쓰이는 것도 이런 구조에서 나왔다. 무더운 무도회장을 잠시 빠져나와 바람을 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샤프롱의 눈이 닿지 않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다.

로판 무도회 장면의 단골 사건

사건바탕이 된 실제 예절이야기에서의 뜻
입장할 때 이름이 불린다하인이 도착한 손님의 이름을 알리던 관습주인공의 등장에 장내가 술렁인다
남주가 다른 신청을 모두 거절한다춤 신청과 거절의 예절단 한 사람에게만 손을 내밀겠다는 표시
세 번째 춤같은 상대와 여러 번 추지 않는 관례사실상의 공개 고백, 약혼설의 시작
테라스의 대화무도회장을 잠시 빠져나와 쉬던 관습둘만의 비밀, 혹은 음모를 엿듣는 자리
음료에 탄 약야식과 음료가 오가던 시간악역의 함정, 남주의 구출

가면무도회

가면무도회는 18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다. 가면과 망토로 신분을 가리고 어울릴 수 있어서, 평소의 엄격한 예절이 잠시 느슨해지는 자리였다. 그만큼 풍기 문란하다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로판에서 가면무도회는 정체를 숨긴 두 사람이 서로를 모른 채 만나는 무대로 즐겨 쓰인다. 가면을 벗는 순간이 곧 반전이 된다. 목소리나 손의 흉터, 춤출 때의 버릇으로 상대를 먼저 알아보는 쪽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쥔다.

춤을 배우는 일

무도회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릴 때부터 춤을 배워야 했다. 상류층 집안은 춤 선생을 집으로 불러 아이들에게 걸음과 자세를 가르쳤다. 카드리유처럼 여러 마디로 이루어진 춤은 순서를 외우지 않으면 사각형 전체가 엉켰고, 그 실수는 같은 조의 세 쌍에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새로운 춤이 유행할 때마다 사람들은 다시 배워야 했다. 폴카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 춤만 가르치는 교습이 따로 생길 정도였다.

로판에서 빙의한 주인공이 춤을 출 줄 몰라 쩔쩔매는 장면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원래 몸의 주인은 열 해 넘게 익힌 춤을, 주인공은 데뷔 무도회를 앞둔 며칠 사이에 몸에 붙여야 한다. 몸이 기억하는 걸음이 저절로 나오는 장면, 반대로 몸과 머리가 따로 놀아 상대의 발을 밟는 장면 모두 단골이다. 로판에서 환생하기에서도 데뷔 무도회에서 발을 두 번 밟으면 다음 날 사교계가 그 이야기로 떠들썩해진다. 그 무도회에 무엇을 입고 갔을지는 로판 드레스와 실제 시대 복식에서 이어진다.

참고 자료